[커버스토리] 박서진은 흔들리지 않는다
- 김지은 기자
- 입력 2025.11.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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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만 꾸준히 파면 된다. 아름다운 자연을 누구나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웨스트우드와 함께한 가수 박서진은 묵묵함으로 세상을 울린다.
[우먼센스] 무대 위에서 장구를 치며 흥을 돋우는 모습이 익숙한 트로트 가수 박서진은 아웃도어 브랜드 웨스트우드와 함께한 촬영에서 “가수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편안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구 대신 미소를 든 그는 “꾸준함이 나를 만들었듯 자연 속에서 나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부연 설명했다. 평소에도 화려한 스타일보다 편안한 옷을 즐기는 그에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휴식’은 꼭 맞는 콘셉트였다.
“평소에도 캐주얼하고 움직이기 편한 옷을 좋아해요. 장구 공연을 하다 보면 의상이 몸을 따라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옷을 고를 때 편안함이 제일 중요해요. 오늘 입은 의상 중에 미들 다운재킷이 가장 좋았어요. 가볍고 따뜻하며 색감도 부드러워요. 제 평소 모습 같았어요.”
카메라 앞에서 그는 MBN 예능 <현역가왕2>의 왕좌를 차지한 가수란 수식어와는 다른 꾸밈없는 인간 박서진의 모습을 보여줬다. 트로트 가수로서의 박서진은 무대 위에서 폭발적 에너지를 내뿜지만 일상 속 박서진은 그보다 훨씬 조용한 사람이다.
“요즘은 촬영이 즐거워요. 예전엔 낯설었는데 이젠 카메라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표정이나 포즈도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집에 있을 땐 그냥 누워 있는 걸 좋아해요. 특별한 루틴도 없어요. 그래서 웨스트우드 화보 콘셉트처럼 자연스럽게 나답게 있는 게 제일 좋아요. 무대에선 항상 보여주고 표현해야 하는데 이번엔 반대였어요. 자연에서 가장 편안한 의상을 입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편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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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우먼센스(https://www.womansense.co.kr)조끼·상의·하의·모자·가방 모두 웨스트우드
제게 팬들은 무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제 무대를 끝까지 지켜보며 응원하는 팬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무대에 설 때마다 긴장되면서도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길을 파는 사람
‘국민이 만든 우승자’,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트로트 가수 박서진을 설명하는 말엔 언제나 대중의 호명이 따라붙는다. <현역가왕2>에서 2대 현역가왕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무대로 경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장구를 벗 삼아 무대를 뒤흔드는 박서진의 공연은 흥을 넘어 감동으로 이어졌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진심이 담긴 가창으로 ‘국민이 선택한 가수’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이유다.
하지만 지금의 찬란함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1995년생인 박서진은 2008년 SBS 예능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트로트 신동으로 등장하며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당시 15세 소년은 작은 체구로 성인 가수 못지않은 무대를 선보였고, 그때부터 이미 “무대 위에서 가장 진지한 아이”로 주목받았다. 2011년 KBS1 시사·교양 <인간극장> ‘바다로 간 트로트 소년’ 편에서는 16세의 나이에 아버지를 도와 뱃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박서진은 “노래가 하고 싶었지만, 노래할 곳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바다로, 시장으로, 길 위로 나섰다. 그 길 위에서 얻은 것은 단단한 무대 감각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었다. 2013년 첫 앨범 <꿈>으로 정식 데뷔한 이후 ‘지나야’, ‘춘몽’, ‘흥해라’, ‘즐겨라’, ‘별아 별아’, ‘공주에서’ 등 꾸준히 곡을 발표하며 그의 이름을 차근차근 쌓아갔다.
2017년 KBS1 시사·교양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서 박서진이 5연승을 기록하며 왕중왕전까지 오르자 대중은 비로소 그가 걸어온 긴 여정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발표한 ‘밀어 밀어’는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고,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가 10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그는 단숨에 전국구 트로트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 무렵부터 사람들은 그를 ‘장구의 신’이라 불렀다. 장구는 그의 음악적 상징이 됐고, 무대 위에서 그를 누구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악기가 됐다.
그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화려함보다 진심, 트렌드보다 꾸준함 때문이다. “한길만 꾸준히 파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언젠가는 알아준다고 믿어요.” 그가 자신의 좌우명처럼 말한 이 말은 그의 지난 세월을 설명한다. 장구를 치며 노래하던 바다의 소년은 이제 수많은 팬의 응원을 받는 국민 트로트 가수로 성장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단단하고 고요하다. 그래서 대중은 박서진의 다음 무대를 기다린다.
꾸준함이 만든 길
박서진은 “오히려 무대에 설 일이 없으면 더 힘들다”고 말한다. 새벽 생방송과 지방 공연이 이어져도 그는 힘들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그의 말 속에는 감사가 담겨 있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행복이죠.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순간이 제일 좋았어요. 관객들이 제 노래를 듣고 박수를 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요.”
그는 무명이라 노래할 곳이 없어도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 하나를 믿고 길거리로 나섰고, 많은 사람이 있는 길거리 공연으로 단련된 현장 감각은 지금도 그의 무대 중심을 지탱한다. 무대 위에서의 박서진은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는다.
“지방 행사에 가면 대중적인 노래나 흥이 나는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고, 방송에서는 좀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무대를 보여드리려고 해요. 프로그램 성격, 관객 연령, 공연장 크기를 고려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좋은 무대가 무엇일까를 생각하죠.”
그가 오랫동안 품어온 진심이 쌓여 지금의 박서진을 향한 신뢰가 만들어졌다. “노래가 좋으니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지금이 좋다”는 대답엔 오랜 시간 내공으로 쌓인 무게가 있다. 13세에 무대에 올랐고, 20세 때는 바다에서 아버지를 도우며 생계를 이었다. 그리고 30세를 지나고 있는 박서진은 여전히 노래가 좋다고 말한다. 그 꾸준한 마음이 그의 길을 만들었다. 그에게 인기의 비결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빠진 뒤 담담하게 답했다. 그 안엔 긴 시간 무대 위에서 쌓아온 깊이와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꾸준함이죠. 노래나 무대를 한 번 잘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오래도록 잘하는 건 다르잖아요.”
박서진은 스스로를 ‘무대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에게 무대는 생업이자 삶의 이유다. 관객과 호흡하며 흥을 주고받고,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하며 자신을 증명한다. 그래서 팬들은 그를 ‘가슴을 울리는 가수’라고 부른다. 그 말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었다.
“무대에 서면 긴장이 되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 좋아요. 살아 있다는 느낌이거든요. 팬들의 반응에 감사하죠. 누군가 제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무대에서 노래에 집중한 그는 공연이 끝나면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현장을 살핀다. 그러다 보면 팬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팬들이 다른 관객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비를 맞아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 의욕이 더 샘솟는다.
“팬들은 자신보다 다른 관객들을 더 생각해요. 예를 들어 비가 오면 공연장에 천막이 설치되는데 바깥 부분은 비를 맞을 수밖에 없고 관객석 가운데 자리를 잡아야 비를 맞지 않잖아요. 그런데 우리 팬들은 바깥 부분에 서요. 다른 관객들이 편하게 제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비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공연을 보는 거죠. 그런 팬들의 모습을 보면 저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제게 팬들은 무대를 함께 만드는 존재예요.”
노래, 한길만 팔 겁니다.
노래를 한 번 잘하는 건 쉽지만, 오래도록 잘하는 건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가족이라는 뿌리
무대에서 장구를 치며 흥을 발산하는 박서진은 집에서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아들이다. KBS2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이하 <살림남>)을 통해 공개된 그의 일상은 의외로 소박했다. 공연이 없는 날엔 집안일을 돕고 부모님 안부를 챙기며 동생에게 “밥 먹었냐”는 말을 먼저 건네는 평범한 청년이다.
“예전엔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꼈어요.”
그는 <살림남>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망설였지만 촬영을 이어가면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았다. 부모님에게 집을 새로 지어주며 ‘효자 가수’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는 당시 느꼈던 감정을 덤덤하게 설명했다.
“제가 직접 수전이나 벽지 등 모든 것을 골라 우리 가족의 집을 완성했어요. 부모님은 집 짓는 걸 처음엔 좋아하셨는데 제가 무리하는 걸 아시고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결국엔 가족들이 좋아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게 됐어요. 동생과 함께 식사하면서 동생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걸 깨달았고요.”
그의 얼굴엔 무대 위에서 볼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익숙해서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저한테 가족은 늘 조용히 옆에 있어 주는 존재예요. 저희 가족이 말로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항상 서로 소중히 여기고 고마워한다는 걸 느꼈어요.”
그가 <살림남>에서 보여준 모습은 화려한 조명 속 트로트 스타가 아닌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박서진이란 사람 그 자체였다. 그래서일까? 그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부모님은 항상 저를 말없이 지켜봐주셨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아프셔서 제가 일찍 철이 들었죠. <살림남>을 촬영할 때 제 모습을 꾸미지 않아요.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이 제 평소 모습이에요. 표현이 어색해서 서툴지만 가족에게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게 저의 진심이죠.”
재킷·상의·하의 모두 웨스트우드
다시 태어나도 가수
진심으로 길을 만든 사람, 박서진은 자신을 가수라고 정의한다. 화려한 수식어나 트렌디한 별명보다 이 단어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가수로서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서 여전히 배우고 있어요. 보컬 트레이너를 만나 기본기를 다지고, 화보와 광고 촬영을 통해 표현의 폭을 넓히죠.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 말고는 어색한 게 많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가수로서 한길만 꾸준히 팔 거예요.”
그의 목소리엔 확신이 있었다. 노력하는 이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좌우명이 아니라 그의 삶 그 자체였다. 무명 시절에도, 장터 무대에서도, 지금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도 박서진은 늘 같은 마음으로 노래한다. 그에게 무대는 약속이다. 팬들과의 약속, 가족과의 약속,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 그래서 박서진에겐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그의 무대는 흥으로 시작해 진심으로 끝난다. 그 진심은 노래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CREDIT INFO
취재 김지은 기자
사진 이대원
스타일링 이민아
헤어 차차(Artisichacha)
메이크업 승윤(Artisichacha)
출처 : 우먼센스(https://www.womansense.co.kr)
